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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 이수명 좋다. 좋다아. 아아. 좋-다아, 하면서 읽고 있는 시집.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손들이 있고 나는 문득 나의 손이 둘로 나뉘는 순간을 기억한다. 내려오는 투명 가위의 순간을 깨어나는 발자국들 발자국 속에 무엇이 있는가 무엇이 발자국에 맞서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이 있고 왼쪽 비는 내리고 오늘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육체가 우리에게서 떠나간다. 육체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가 돌아다니는 단추들 단추의 숱한 구멍들 속으로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 이수명,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2011. 10. 16.
감상노트 참고로 제 고향은 서울이고 한 번도 서울을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만 ----------------------------------------------------------------------------------------------------- 옛날 내 싸이에서 갖고 왔다. 아, 아끼는 순간들! 2011. 10. 9.
지구방학 구글에서 '지구방학' 치면 이게 나온다. :P 아마도 2008 여름. 연주는 같이. 노래는 브라더. 브라더 목소리 좋다! 2011. 10. 8.
옛날. 1. 갑자기 옛날 블로그 생각이 나서, 닫을까 싶어서 들어갔다. 블로그도 많다. 뭐 이렇게 여기저기 심어놨나 싶다. 나중이 되면 지금 이 곳도 그렇게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들어가서보니 그때의 내가 있다. 지치지도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있다. 오랜만에 읽다보니, 좀 더 어리고, 무모하고, 떠는 내가 담겨 있었다. 나는 그런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아마도 지우지는 않을게다. 쑥스러운 마음에 닫아 놓으려다, 우연히 들르는 사람들의 숫자를 보곤(아주 적긴 하다) 관두기로 했다. 우연히 읽히는한 살아있겠지. 2. 하루가 어떻게 가는줄 모르겠다. 정신없이 가고 있는데, 바빠서 정신없는 것이 아니라 정말 '정신'이 없다. 매일 흔들리는데, 그렇게 흔들려 놓고도 별로 변화가 없다. 3. 산책을 다녀온 아.. 2011. 10. 8.
메타포 단어의 주인은 없겠지만, 신형철 평론가는 '에티카'를 씀으로써 '에티카'를 가졌다. 물론 그는 '에티카'를 가짐으로써, 그 말이 주는 무거움만큼 그 말을 지키기 위해 문학과 더 많이 싸워야 될 것이다. ("싸우다"는 표현은 신형철의『느낌의 공동체』'책머리에'에서 참고) 그래도, 좋겠다. '에티카'는 '좋다'는 말의 애매함을 넘을만큼 좋은 말. 갖고 싶은 말. 스스로를 표현하는 좋은 단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뭔가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좋은 말을 발견하게되면, 그 말이 '에티카'처럼 내가 닮고 싶은 삶의 지향까지 담을 수 있는 단어라면, 꼭 나의 단어로 만들고 싶다. 각자의 메타포가 있는 작가들이 부러운 시간. 2011. 10. 8.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장정일 1. 얼마나 간단한가.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켜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 장정일, 2. 목소리, 가 아닐까 생각했다. 목소리 때문에. (나만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3. 으, 역시 못하겠다. 난 언제부터 이렇게 제약이 많은 인간이 되었나. 그래도 며칠 전에 했던 두 개의 대화가 왠지 위로가 된다. 헤에. 둘 다 모르겠지만, 아무튼 두.. 2011. 10. 8.
1. 1. 책 감상 적기. 좋으려고 한 건데 뭔가 몇 개 쓰다보니 더 잘 쓰고 싶고(+자세히), 의식하고 쓰게 된다. 아 그러니까 덜 좋게 되고. 며칠 만에 쬐끔 지침. 그냥 좋은 만큼만 쓰자. 과제도 아닌데!!! "오늘의 책"같은 거 참여하는 것도 아닌데!!! 즐거우려고 하는 것이었는데!!! 2. 아. 기어코 금요일이 왔구나. 3. 아이폰 리퍼를 나는 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 1) 안 받기에는 괜히 좀 찜찜하다. 홈버튼도 마음에 걸리고, 배터리 빨리 닳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2) 하지만 받기에는 파일 옮기는 거랑 (저번에 사진은 한 번 크게 옮기긴 했으나), 전화번호부 옮기는 것(네이버 전화번호부 같은 거 쓰면 되긴 하지만), 그동안 받은 앱들 다 까는 것(어차피 게임같은 건 잘 안 하니 SNS만 받으.. 2011. 10. 7.
『뭐라도 되겠지』 - 김중혁 1. 소설가 김중혁의 첫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마음산책, 2011) 와우북에서 사서(나오자마자!라고)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를 넘어 정말 '웃긴' 책이다. 주의사항은 뭐 마시면서는 읽지 말것. 문장의 급습으로 입에 물고 있던 걸 뿜을 수 있음. (웃겨서) 이런 책은 한 700페이지 쯤 되면 좋겠다 생각했다.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게 아까웠어! 재밌어서! 페이스북에 방울토마토 먹으면서 보다가, 방울토마토가 폭발해서 (토마토도 보다가 웃겨서 빵터진 거라고) 새 책에 튀었다고 썼는데, 그 덕에 "토마토도 웃기는 책", "맛있는 책" 등등으로도 불리게 되었다. 2. 예전에 2학년 땐가 소설론(맞나...?) 수업시간에 김중혁 조 발표날이었다. 보통 PPT로 발표 하고 토론하고 하는 건데, 이 조의 조원 한 .. 2011. 10. 6.
나날들 - 심보선 심보선의 새 시집. 발문이 진은영 선생님이다. (무려!) 나날들 우리는 초대장 없이 같은 숲에 모여들었다. 봄에는 나무들을 이리저리 옮겨 심어 시절의 문란을 풍미했고 여름에는 말과 과실을 바꿔 침묵이 동그랗게 잘 여물도록 했다. 가을에는 최선을 다해 혼기(婚期)로부터 달아났으며 겨울에는 인간의 발자국 아닌 것들이 난수표처럼 찍힌 눈밭을 헤맸다. 밤마다 각자의 사타구니에서 갓 구운 달빛을 꺼내 자랑하던 우리. 다시는 볼 수 없을 처녀 총각으로 헤어진 우리. 세월은 흐르고, 엽서 속 글자 수는 줄어들고, 불운과 행운의 차이는 사라져갔다. 이제 우리는 지친 노새처럼 노변에 앉아 쉬고 있다. 청춘을 제외한 나머지 생에대해 우리는 너무 불충실하였다. 우리는 지금 여기가 아닌 곳에서만 안심한다. 이 세상에 없는 숲.. 2011. 10. 6.
사슬 - 이성복 꾸벅꾸벅 너무 졸린데, 일찍 자려고 했는데 또 세 시다. (.....) 이것만 적어놓고 자야지. 얼마 전에 사슬을 생각했다. 그 전에 그네를 생각했고, 그네를 생각하다 그네의 사슬을 생각했다. 아니면 사슬을 생각하다 그네를 생각했던 것일 수도. 내가 가장 가까이 떠올릴 수 있는 사슬이니까. 시간과 시간 사이에, 시간과 사람 사이에 놓인 사슬들을 좀 생각하다가. 사슬을 생각할 때 '사슬 시가 있었는데 뭐였더라' 하며 정확히 못 떠올렸었는데, 읽다가 만났다. 사슬 내가 당신 속으로 깊이 들어갔을 때 나는 아직 당신 바깥에 있었습니다 그때 당신은 웃는 것 같았고 우는 것 같았고 온갖 슬픔과 기쁨이 하나로 섞인 그 소리는 나의 머리끝 발끝을 끝없이 돌아나갔습니다 그 소리에 잠겨 나도 당신도 잊혀지고 헤아릴 수 .. 2011. 10. 6.
쓰다 열심히 쓰다보면 시인 되나! 쓰는 거 익숙해지고 싶어서 계속 열심히 쓰려고 하는데. 아 이거 여기에 쓰고 쓰고 또 쓰다보면, 시인 되기 전에 파워블로거부터 되는 거 아닌가.....생각이.... 글아 늘어라! (개수만 늘지 말고) 2011. 10. 6.
<생명연습> - 김승옥 (1962) 김승옥 소설가의 등단작.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 』(문학동네, 2011)에서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대 불문과 60학번 김승옥이 있었고 같은 학교 독문과 60학번 이청준이 있었다. 둘 다 문학을 사랑했고 또 둘 다 가난했다. 1961년 2학기가 끝나갈 무렵, 다음 학기 등록금이 걱정되었던 김과 이는, 김의 주도 아래 이런 작당을 한다. 우리 신춘문예에 한번 덤벼보자. 까짓거, 한국 문학 별거 있냐. 붙는다. 붙으면 그 상금으로 다음 학기 등록을 하고 혹여나 떨어지면 미련 없이 입대하자. 아니나 다를까, 김승옥은 1962년 1월 1일자 한국일보에 등단작 「생명연습」을 실었다. 이청준은? 입대했다. (309쪽) (후략) 마지막의 "이청준은? 입대했다." 에서 나도 모르게 "푸학"하고 .. 2011.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