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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아기의 일을 할 뿐 이은이는 객관적으로 돌보기 힘든 아기는 아니다. 하루에 네 번 수유. 두 번의 낮잠. 밤에 9시 반부터 7시 반정도까지 통잠을 자고, 이주 전 부터는 작은방 크립에서 혼자 잔다. 따로 재우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안아서 재우려고 하면 더 잠들지 않고 크립에 눕혀야 자기 왼손 엄지를 빨며 잠들 태세를 갖춘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울지도 않고, 크립에 인형들이랑 놀고 있다. 우리가 일어나서 이은이 방에 가 보면 어느새 깨어서 혼자 놀고 있는데, 사실 우리는 정확히 이은이가 몇 시에 일어났는지를 모른다. 그렇지만 아무리 순해도 힘은 든다. 아무리 순해도 해야 하는 아기의 일이 있고 그 일은 힘이 드는 일이니까. 어느날은 내가 너무 지쳤는데 준우가 "여보, 우리가 힘든 게 이은이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라고 했다.. 2019. 3. 22.
기는 아기 이은이가 이제 기기 시작했다. 아주 빠르게. 기는 아이가 되었다는 건, 집안의 구석구석을, 특히 엄마 아빠가 저기만은 가지 않았으면 하는 곳을 가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아이는 신기하게도 집 안에서 가장 먼지가 많고, 손에 꼽히게 위험한 공간을 기가 막히게 잘 찾는 능력이 있다. 기는 아이를 붙잡으러 다니며, 세상의 모든 모서리가 둥글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는다. 튀어나온 콘센트에 스폰지를 붙이며, 아이가 좋아하는 바스락거리는 물티슈 봉지 끝을 둥글게 자르며, 네모난 장난감 테두리를 감싸며 모두 감싸줄 순 없지만 모두 감싸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너의 모든 순간을 지켜줄 순 없겠지만, 언제나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바라본다. 2019. 3. 21.
글쓰기 쓰는 사람이 된다는 것. 언젠가 언제나 쓰는 사람이 부럽다고 생각했다. 살면서 맞이하는 평범한 많은 순간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아주 쉬운 방법은 그것을 쓰는 것이다. 249일된 아이가 장난감에서 나오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순간을, 소파 밑에 기어코 기어가 먼지를 뒤집어 쓰는 순간을, 작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떨어진 과자를 진지하게 집는 순간을, 거실 바닥을 손바닥으로 탁탁 치며 우리에게 천천히 기어오는 일상의 순간을. 이런 시간을 글로서 기억하는 것. 사소한 것들을 기억하려는 낭만을 잃지 않고 꾸준히 내가 부러워하는 언제나 쓰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2019. 3. 21.
글 쓰고 싶다. 단순히 일기를 쓰고 싶은 것인지 거창한 글을 쓰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글을 쓰고 싶다. 집에 가만히 혼자 있으면 - 혼자는 아니고 이은이와 있으면 - 머리 속에 이러 저러한 생각 들이 떠오른다. 그냥 지나쳐 버리기엔 지금밖에 없을 아까운 감정들. 그렇지만 실제로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다음 끼니를 뭘 해먹지라는 일차원적인 생각이고, 그 다음 생각은 내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한다.아이를 돌보는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써도 아이와 뗄 수가 없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품이 많이 드는 일이더라. 사실 한 사람의 품으로는 거의 불가능하고, 많이 든다는 말보다 더 많이 드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돌보는 것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밤.. 2019.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