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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고 싶다.

by 두번째낱말 2019. 2. 15.


단순히 일기를 쓰고 싶은 것인지 거창한 글을 쓰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글을 쓰고 싶다. 집에 가만히 혼자 있으면 - 혼자는 아니고 이은이와 있으면 - 머리 속에 이러 저러한 생각 들이 떠오른다. 그냥 지나쳐 버리기엔 지금밖에 없을 아까운 감정들. 그렇지만 실제로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다음 끼니를 뭘 해먹지라는 일차원적인 생각이고, 그 다음 생각은 내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한다.

아이를 돌보는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슨 이야기를 써도 아이와 뗄 수가 없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품이 많이 드는 일이더라. 사실 한 사람의 품으로는 거의 불가능하고, 많이 든다는 말보다 더 많이 드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돌보는 것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밤 늦게까지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지만, 기저귀 가는 것이 익숙해지고 설거지가 빨라진 것은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진 못한다. 

일과 너무 멀어지고 나면 다시 일로 돌아가는데에 겁이 많이 날 것 같아서, 어떻게든 더 잃지 않고 싶은데 도대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이를 돌보는 일은 정신을 쏙 빼놓는 일이라, 이 일이 끝나고 나면 집중하기가 힘들다. 이런 생각 또한 혹시 핑계일지 자꾸 검열해야하는 이 육아의 삶은 기쁘고도 피곤하고 얼만큼의 슬픔이 있다.

글을 많이 읽어야 새로운 좋은 문장들이 나오는데, 그저 비슷한 문장만 반복해서 나오는 것도 좀 슬프다. 어렸을 때 엄마가 월수금은 일본어를 배우러 가고, 화목토는 수영을 갔었다. 그땐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유일하게 엄마가 엄마를 위해서 쓰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내가 어떻게든 동네 도서관의 영어 수업을 가려는 것처럼 그것이 유일하게 나만을 위해서 쓰는 시간이고, 그 시간만이 요새의 나에게 스스로 발전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내가 애쓰고 있다는 유일한 끈인 것 같아서. 아이를 돌보는 이 귀한 시간에, 매일 매일 용기가 필요한 이 흔하고도 특별한 시간에, 너와 내가 모두 귀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오늘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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