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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밥의 추억 [리빙포인트] 마음이 불안할 땐 좋아하는 시를 옮겨보면 좋다. 마종기 시인의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문학과지성사, 2006) 왜 그렇게도 매일 외울 것이 많았던지 밤샘의 현기증에 시달리던 나이, 큰 바오밥 나무를 세 개나 그려 소혹성 몇 번인가를 가득 채워버린 그 그림 무서워하며 헐벗은 날을 살았지. 그 후에 가시에도 많이 찔리고 허방에도 많이 빠지고 녹슨 못을 잘못 밟아 피 흘리면서 창피한 듯 눈치껏 피해만 다녔지. 나는 그렇게 살아냈어. 너는? 하느님이 제일 처음 심었다는 나무, 뿌리가 하늘을 향해 물구나무선 채로 늙은 의사가 되어서야 지쳐서 만난 아프리카 초원의 크고 못난 다리, 안을 수도 없어 어루만지기만 했는데 밀가루 같은 추억이 주위에 흩어졌어. 밤이 되는 열매와 야채가 되는 .. 2011. 8. 21.
심보선 하나 더 심보선 하나 더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문학과 지성사, 2008) 1 세상은 폐허의 가면을 쓰고 누워있네. 그 아래는 폐허를 상상하는 심연. 심연에 가닿기 위해, 그대 기꺼이 심연이 되려 하는가. 허나, 명심하라. 그대가 세상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대를 상상한다네. 그대는 세상이 빚어낸 또 하나의 폐허, 또 하나의 가면, 지구적으로 보자면, 그대의 슬픔은 개인적 기후에 불과하다네. 그러니 심연을 닮으려는 불가능성보다는 차라리 심연의 주름과 울림과 빛깔을 닮은 가면의 가능성을 꿈꾸시게. 2 앉아서 돌아가신 아버지. 장롱 속에 숨어 우시는 엄마. 영영 짖지 않는 개. 등뼈 모양으로 시든 나무. 한데 뒤섞여 손안에서 비비면 모래바람이 되는 것들. 까칠까칠한 헛것들. 고개 돌려 외면하니 그제야 .. 2011. 8. 14.
3 idiots 세 얼간이 감독 라즈쿠마르 히라니 (2009 / 인도) 출연 아미르 칸,까리나 까푸르,마드하반,샤르만 조쉬 상세보기 트위터의 소개를 보고 어제 새벽에 봤다. 인도영화인데, 정말 재미있었다. 3시간이란 시간이 정말 길게 안 느껴졌다. 예전에 희곡 수업에서의 '잘 짜여진 극'이 생각났다. ('잘 짜여진 극'은 굉장히 대중적 코드를 잘 맞춰서, 진짜 재밌게 탁! 모든 문제들이 잘잘 해결 되며 극이 끝나는 극을 이야기 한다......고 나는 기억하고 있는데.....약간 불안 ㅋㅋㅋ) 뭔가 문제들도 잘 해결 되고 나름 반전도 좀 있고 캐릭터들도 좋고 깔끔하게 끝나는 결말도. 부모님의 기대대로 살다 꿈 찾아 가는 친구도,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했고, 그러고 싶었던 친구도, (아 갑자기 이 친구가 극단적 선택에서 고민.. 2011.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