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시집의 표4, 시인의 말
'아프다'라는 건 생의 감각이다. 나, 지금, 여기라는 살아있음의 감각. 옮길 글은 이성복 시인의 시집의 표4, 시인의 말. -- 대체로 우리는 아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몸 어딘가가 썩어 들어 가는데도 아프지 않다면, 이보다 더 난처한 일이 있을까? 문제는 우리의 아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에 있다. 오히려 아픔은 의 징조이며, 의 경보라고나 할 것이다. 정신의 아픔은 육체의 아픔에 비해 잘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정신은 병들어 있으면서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의 아픔, 그것만 해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병들어 있음을 아는 것은, 치유가 아니라 할지라도 치유의 첫 단계일 수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픔만을 강조하게..
2012. 10. 5.
삼십대 - 심보선
자려다가 이것만 적고 자려고. 원래 다른 걸 적고 싶었으나, 그건 너무 길어서 다음으로. 삼십대 나 다 자랐다, 삼십대, 청춘은 껌처럼 씹고 버렸다, 가끔 눈물이 흘렀으나 그것을 기적이라 믿지 않았다, 다만 깜짝 놀라 친구들에게 전화질이나 해댈 뿐, 뭐 하고 사니, 산책은 나의 종교, 하품은 나의 기도문, 귀의할 곳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 공원에 나가 사진도 찍고 김밥도 먹었다, 평화로웠으나, 삼십대, 평화가 그리 믿을 만한 것이겠나, 비행운에 할퀴운 하늘이 순식간에 아무는 것을 잔디밭에 누워 바라보았다, 내 속 어딘가에 고여 있는 하얀 피, 꿈속에, 니가 나타났다, 다음 날 꿈에도, 같은 자리에 니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너랑 닮은 새였다(제발 날아가지마), 삼십대, 다 자랐는데 왜 사나..
2012. 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