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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매일

일기를 쓰자.

by 두번째낱말 2020. 5. 25.

 

대단한 것이 생각나야 쓰는 건 아니어도, 일기를 조금씩 써보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예전에 한 번 쓴 적 있던, 평범한 하루를 기억하고 싶은 특별한 하루로 만들고 싶다면, 그것을 쓰는 것이니. 

얼마 전부터 큰 의욕 없는 무력한 상태가 조금씩 물들어 가고 있었다. 마음은 예민하고, 생활은 버거운 상태. 특별히 큰 불만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이 잔잔한 일상들이 피곤하고 재미가 없는 느낌이었다. 이러니 운동도 더 안 하게 되고, 그러니 기운은 더 없고, 생산적인 일은 하고 싶지 않으니 그냥 핸드폰만 들여다 보고, 누워만 있고, 겨우겨우 해내듯 하루를 지내고 나면 허무하다. 

조금씩 이 똑같은 날들을 적어보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오늘은 아침에 빵 구워 먹고 기운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드라이브 한 번 하고 오자고 해서 - 그러면 기분이 좀 나아질 수 있으니까 - 나갔다. 걸을 기운은 없을 것 같아서 유모차도 두고 가고, 그냥 차로만 보스톤 시내를 조금 돌았는데 날씨는 좋고, 나무 많이 보니까 확실이 조금 나아졌다. 돌아 오는 길에 사람 줄 많이 안 서 있으면(여기는 요새 마트에 입장 가능한 총 인원 제한이 있어서, 줄 서서 들어 간다) 트조 가서 우유랑 몇몇 개 살까 싶었는데, 어쩐 일인지 일요일 점심 즈음이었는데 사람이 별로 없어서 정말 정말 몇 달 만에 내가 직접 마트에 들어가서 물건을 사고 왔다. 남편이랑 이은이는 차에서 기다리고. 요즘엔 항상 남편이 무장하고 혼자 장 보러 가서 가득 사왔는데 - 리스트 적어 준 거 들고 가고, 마트에서 이 제품이 맞는지 영상통화 백 번 함 - 오랜만에 내 눈으로 보고 마트에서 장 보니까 진짜 좋았다. 오랜만에 일상 느낌. 

자주 생각한다. 주말에 같이 놀러 나갔다가 아이스크림 하나 사 먹고 집에 돌아 오는 길이나, 남편이랑 이은이가 둘이 집 앞 마트에 가서 장 봐 오는 거나, 오-랜만에 외식 한 번 해보자 해서 동네 맛집 찾아가는 거나...이러한 일상들이 정말로 다 없어지는 걸까, 생각하면 아쉽고 무섭고 또 아쉽고 무섭고 그렇다. 이 시기는 어떻게 지나가게 될지, 매일 그 생각이다. 

어찌 되었든 오늘 장 보고 와서 기분이 좋다. 들어 와서 점심 라면 끓여 먹고, 저녁엔 둘이서 열심히 채소 씻고 썰어서 월남쌈 해 먹었다. 월남쌈은 요리라고 하기도 뭣 하지만, 손이 좀 많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어서 종종 해먹게 된다. 그리고 이은이랑 조금 놀다가, 나는 째끔 빠르게 육퇴 하고 남편이 이은이 씻기고 재웠다. 내일 다시 더워 진다니, 내일은 패티오 나가서 물놀이도 좀 하고 그래야지. 튜터 쌤도 만나고.

구구절절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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