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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매일

여름

by 두번째낱말 2020. 5. 25.

 

겨우 봄 같은 기분이 들다가, 이제 조금씩 여름 같은 날들도 나오고 있다. 어제는 무려 28도. 그런데 오늘은 다시 바람 부는 9도라 집에만 있긴 했다. 그래도 다음 주부터는 20도 넘는 날들이 지속돼서, 조금 더 따뜻한 날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하루 하루 날씨가 10도 이상 변덕이 있는 곳에 있다 보니, 한국의 삼한사온은 정말 아주 매너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몇 주째 자가격리를 한 건지 세기가 어렵다. 3월 말부터 했으니, 두달 정도 되어 가는 건가. 어느새 하루하루 이렇게 보내는 게 익숙해 지기도 했는데, 역시나 답답하기도 하다. 작년 여름에 열심히 나다니던 걸 생각하면 무언가 꿈같고, 도서관 다니고 짐 다니고 마트 가고 산책 다니던 날들을 생각하면 정말 아련하다.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정말 그냥 아프지 않고 건강한 걸로 감사해야지 되는 건가, 아이와 밖에 나가서 못 노는 것을 아쉬워 하는 건 사치일까 싶어서 꾹꾹 담아두고 감사한 것만 생각하려고 한다. 

집에만 있으니 안전한 기분이 들지만, 너무나 지루하다. 긴장이 없으니 하루가 너무 똑같고, 계획과 할일이 없는 것이 이렇게 사람을 무력하게 하는 구나 생각한다. 무어라도 하는 기분을 내고 싶어서 요리를 열심히 하고, 빵도 만들고 했는데, 뭔가 지식적 성취가 엄청 느껴지는 게 아니라 활력을 채워주기엔 모자랐다. 쿼런틴 전에는 거의 매일 도서관 싱얼롱을 가거나, 플레이그룹을 가거나, 친구네집에를 가거나, 짐 클래스를 가거나 해서 나름의 할일과 긴장이 있었는데 그런 것이 없어졌으니. 혹시나 해서 도서관 ESL 담당자이신 마리아 선생님께 온라인 튜터링을 할 수 있냐고 여쭈었더니 감사하게도 한 분과 연락이 되어 지난 주부터 일 주일에 두 번씩 튜터를 시작했다. 이것이 나의 요즘 가장 큰 이벤트. 

날씨가 따뜻해지기만을 기다렸는데, 막상 따뜻해지니 벌써 또 이렇게 한 해의 반이 가는 건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오락 가락 하다. 부디 이 시기를 몸과, 마음 건강히 잘 보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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