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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독서

『이인』- 알베르 카뮈 ('이방인'으로 더 잘 알려진)

by 두번째낱말 2011. 11. 1.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서는 '이방인'이 아닌 '이인'의 제목을 달고 카뮈의 소설이 출판되었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 '내가 아는 이방인이 맞나?'하며 펼쳐 보았다. 작가와, 첫 문장을 읽고 맞구나 했고. 
'이인'을 달고(?)나온 이유에 있어서는 맨 마지막 역자의 해석 뒤 덧붙이는 말을 보자면  
 
덧붙이는 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심심한 양해를 구한다. 알다시피, 지금까지『이인』은 '이방인'으로 번역 출판되었다. 이미 고유명사처럼 굳어진 제목을 바꾼 것은 이 작품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옮긴이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뫼르소'를 '메르소'로 부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방인'이라는 제목에 어떤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독자들에게 뫼르소의 진정한 정체성과 작품 『이인』이 품고 있는 문학적 가치와 풍부한 의미를 최대한 전하려는 것 이외에 그 어떤 사사로운 의도도 없음을 부디 헤아려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존경하는 김화영 선생님을 비롯해서 이미 『이인』을 번역 출간했던 모든 역자들께서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기를 바란다. 끝으로, 우여곡절 끝에, 매우 힘든 결정을 내려준 문학동네 출판사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168쪽)

이렇다.
제목이 익숙지 않아서 약간 낯설기는 했지만, '아!' 하면서 읽었다.

적어놓고 싶은 몇몇 부분.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지도 모른다. 양로원에서 전보가 왔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 삼가 조의." 이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마도 어제였을 것이다. (9쪽)
그러니까 제일 유명한 부분. 갑자기 엄마가 죽고 시작한다. 카프카의 <변신>의 첫 구절처럼 여기도 뭔가 충격적인 시작. 예전에 김영하 작가가 TED 강연에서 카프카의 <변신> 첫 구절을 예로 들며 "그 첫 문장을 책임지기 위해"서 소설이 씌여진다고 (요거 비슷하게) 얘기했다. 아무튼 여기도 일단 "쾅"하고 시작하고 그 문장을 책임지기 위해 전개.

삶에 있어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해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로 대하는 뫼르소. 어머니의 죽음에도 그리 큰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다. 남들이 자신들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만큼 그도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이런 뫼르소가 어쩌다보니 아랍인을 죽인다. 그리고 법정. (왠지 엄청난 비약....)


"결국 어머니의 장례를 치렀기 때문에 기소 된 것입니까? 아니면 한 사람을 살해했기 때문에 기소된 것입니까?" 방청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그런데 검사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법복의 위용을 과시하면서, 존경하는 변호사님께서 천진난만하지 않고서야, 이 두 가지 사건 사이에는 심오하고, 비장하고, 본질적인 관계가 있다는 걸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사가 단호하게 소리쳤다. "그렇습니다. 본 검사는 저 인간이 범죄자의 마음가짐으로 어머니의 장례를 치렀기 때문에 기소하는 바입니다." 이 발언은 청중들에게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변호사는 어깨를 움찔하고 나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변호사 자신도 흔들리는 것 같았고, 난 사태가 내게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머니의 장례와 살해는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인가. 

검사가 다시 자리에 앉았을 때, 법정엔 꽤나 긴 침묵이 흘렀다. 난 더위와 충격 때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재판장이 기침을 조금 하더니, 아주 가라앚은 어조로 내가 덧붙일 말이 없느냐고 물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하기야 약간은 생각나는 대로, 아랍인을 죽일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그건 하나의 주장일 뿐이라고 하면서 지금까지 내 방어 논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겠다며, 변소하의 변론을 듣기 전에 내 행위를 유발한 동기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나는 얼른, 조금은 두서없이, 그리고 내가 조롱거리가 되리라는 걸 인지하면서, 태양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방청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변호사가 어깨를 들썩거렸고, 곧이어 발언권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변호사는 시간이 늦었고, 변론에 여러 시간이 필요하므로, 오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에 동의했다. (111쪽)
"왜?"
"태양 때문에"

그리고 나 또한 모든 걸 다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마치 그 거대한 분노가 내게서 악을 몰아내고 희망을 비워주기라도 한 듯이, 별들이 가득하고 징조들로 가득 찬 이 밤과 마주하자, 난 처음으로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세계가 그토록 나와 비슷하고, 마침내 그토록 형제같이 느껴지자, 난 행복했었고, 여전히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 모든 게 완성되기 위해서는, 내가 외로움을 덜 느끼기 위해서는, 내게 남은 소원이 있었다.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이해주기를. (131쪽 - 끝) 

좀 잘 모르겠다. 재밌게 읽었는데, 모르겠다. <이인>은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거라고 하니까, 그 말에 기대어 그냥 즐겁게 읽은 것으로 만족. 카뮈를 좋아하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 


(예전에 써 놨던 걸 좀 다 지우고 - 마음에 안 들어서 - 그냥 옮기고 싶은 부분만, 다시.) 

이인
카테고리 소설 > 프랑스소설
지은이 알베르 카뮈 (문학동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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