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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독서

비가 오려 할 때 - 문태준

by 두번째낱말 2011. 11. 2.

나무 냄새 맡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시. 
나무가 필요할 때.


비가 오려 할 때 

비가 오려 할 때
그녀가 손등으로눈을 꾹 눌러 닦아 울려고 할 때
바람의 살들이 청보리밭을 술렁이게 할 때
소심한 공증인처럼 굴던 까만염소가 멀리서 이끌려 돌아올 때
절름발이 학수형님이 비료를 지고 열무밭으로 나갈 때
먼저 온 빗방울들이 개울물 위에 둥근 우산을 펼 때

-- 문태준, 『맨발』, 창비, 2006

마음이 좀 "술렁"인다 싶을 때 찾게 된다. 
괜찮아요. 아마도. 
아마도지만,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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