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흔해빠진 독서

<생명연습> - 김승옥

by 두번째낱말 2011. 10. 5.

<생명연습> (1962)
김승옥 소설가의 등단작.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 』(문학동네, 2011)에서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고 이청준 선생님을 추모하며>

  서울대 불문과 60학번 김승옥이 있었고 같은 학교 독문과 60학번 이청준이 있었다. 둘 다 문학을 사랑했고 또 둘 다 가난했다. 1961년 2학기가 끝나갈 무렵, 다음 학기 등록금이 걱정되었던 김과 이는, 김의 주도 아래 이런 작당을 한다. 우리 신춘문예에 한번 덤벼보자. 까짓거, 한국 문학 별거 있냐. 붙는다. 붙으면 그 상금으로 다음 학기 등록을 하고 혹여나 떨어지면 미련 없이 입대하자. 아니나 다를까, 김승옥은 1962년 1월 1일자 한국일보에 등단작 「생명연습」을 실었다. 이청준은? 입대했다. (309쪽)

(후략)


마지막의 "이청준은? 입대했다." 에서 나도 모르게 "푸학"하고 웃었다. 
(가온이랑 아까 신형철 님은 웃기려고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엄청 웃기다고...
아니면 정말 혹 개그욕심이 좀 있으신걸까!)

신 평론가의 설명에 따르면 김승옥 선생님은 '그래 까짓거 한 번 써보자!' 하고 쓸 수 있는 사람.
(아....부럽다.......)


예전에 고3 때부터 재수 때(아마도 재수 때)까지 정말 재밌게 봤던 드라마가 있다. 
ebs에서 했던 문화사 시리즌데, 1편은 김수영, 박인환, 이문구 등의 시인과 소설가가 나오는 시대를 
배경으로 했었다. 이 드라마를 통해 나는 시를 더 익숙하게 받아들였고, 이 덕에 김수영을 절절히 
알았고 좋아했다. 묘하게 결과론적이지만, 아마도 나는 계속 시 옆을 잘 맴돌고 있었는지도. 이때도, 혹은 
이 이전부터도. 

아무튼 이 것의 2부였나, 3부였나가 김지하와 김승옥 등이 나오는 시대를 배경으로 했었었다.
신 평론가의 글을 읽으니 저 장면이 김승옥을 연기했던 분의 연기로 떠오른다. 
드라마 속에서 문학을 사랑하고 소심하고 가난한 대학생이, 친구에게 (내 기억으론 아마도 평론가 김 현 - 드라마 속) 
소설을 보여주며 "이거 될 거 같아?" 라고 물어본다. 친구가 "괜찮은 것 같기도 한데." 정도로 대답하자, 김승옥은 
그정도의 대답은 안 된다며, "야, 꼭 돼야 한단 말이야." 라고 절박하고 간절하게 삶을 넣어 이야기한다. 정말 그래야 사니까. 

이 드라마 덕에, 이 드라마에 나왔던 작가들을 책에서 만나면 영상으로 그려진다.
(물론 작가들의 얼굴은 그때 그 배우들의 얼굴로이긴 하지만.)
좀 더 자라서 생각했던 것. 이 영상이 내게 도움이 많이 됐구나. 고등학생 아이들도 나처럼  이렇게 문학을 만나면 참 좋겠다, 생각. 그렇다면 시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고, 시대도 더 이해할 수 있을텐데. 재미있게. 

고3 주제(!)에, 매주 주말마다 했던 드라마를 꼬박꼬박 봤다. 
드라마에서 김수영 시인이 죽었을 땐 진짜 막 울었지....
보면서 생각했다.

'아, 책으로 보는 것 보다 이거 보고 나면 수능 문제 더 잘 풀 수 있을 거야! 언어에서 김수영 시 나오면
내가 다 맞히겠네!!!'

라고 이야기 했던, 고3은 재수를 한다. (삼수도 한다...)

+ 아, 그리고 난 이때도 어찌나 정성스럽고 다정도 병인 사람이었는지 ㅋㅋㅋ (지금도 여전하죠)
이런 프로그램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후기 게시판에 올렸고,
그 후기를 본 ebs는 이거 후기 영상을 제작할 건데, 그 때 시청자 소감을 싣고 싶다며...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래서 당시 1월, 재수학원을 막 다니기 시작한 재수생 김아라의 집에 
ebs 아저씨들이 찾아와서 인터뷰도 했다.
책꽂이에 정석과 ebs 수능특강을 몰아서 모아 놓고 그것들을 배경으로 인터뷰를 했다.

남pd 님 : 고3이 어떻게 봤어요?
나 : .....그래서 제가 재수를.........(...)

.....이건 인터뷰 내용은 아니었지만. 
아 그런데 영상은 결국 안 만들어졌는지(TV로는 안 나왔다) 결국 안 실린 듯. 

김승옥 이야기였는데, 드라마로 빠졌다. 
다시 김승옥으로 마무리. 


마지막 부분. 

"오늘 저녁 입관하시는 데 가 보시겠군요."
나는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 교수님은 난처한 웃음을 띠셨다. 
"내가 울까?"
"네?"
"정순의 죽은 얼굴을 보고 내가 울까?"
"물론 안 우시겠죠."
"……."
"……."
"그렇다면 갈 필요가 없을 것 같군."
옳은 말씀이다. 이제 와서 눈믈을 뿌린다고 해서 성벽이 쉽사리 무너져 날 것 같지도 않은 것이다.
"슬프세요?" 내가 웃으며 물었더니
"글쎄, 지금 생각 중이야."라고 대답하셨다. 나는 할 수 없이 또 한 번 웃고 말았다. 

나는 재수와 삼수를 하며 ebs 수능특강 속에서
이 소설을 문제로 풀어내고 있을 때, 
같은 나이의 김승옥 선생님은 이런 소설을 직접 쓰신 거지.

뭐라고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글쎄, 지금 생각 중이야."






무진기행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김승옥 (민음사, 2007년)
상세보기






'흔해빠진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날들 - 심보선  (0) 2011.10.06
사슬 - 이성복  (2) 2011.10.06
잘 알지도 못하면서 - 김민정  (0) 2011.10.05
봄이 왔다 - 진은영  (1) 2011.10.02
데미안 +  (1) 2011.08.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