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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매일

두 돌이 되기 전 기록

by 두번째낱말 2020. 6. 26.

 

23.5개월 정도 된 딸 아이의 지금은 어땠는지 기억하고 싶다. 돌이 2주 정도 남은 이은이는, 요새 하루가 다르게, 정말 하루가 다르게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부쩍 정신적으로 자라고 있다. 노래를 부를 줄 알며(반짝반짝 작은별, ABC song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고, 다른 노래들도 음을 흥얼거리며 아는 부분을 말할 줄 안다), 많은 문장을 구사하게 됐다. 화장실 다녀 오면, "엄마 응가 쌌어?" 부터, "이불 덮어 줘", "베개 줘", "국물 맘마 줘", "이은이가 할 거야", "이은이 했어", "이은이 닫아", "이은이 닫았어", "혼자 할 거야", "아빠 공부해", "뽀로로 볼까?", "책 읽어 줘", "안 먹어" 등등등....구사하는 문장들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고, 시제 사용과 부정어 사용이 부쩍 늘었다. 이은이가 "닫아, 닫아"하며 자기가 문을 닫고 "닫았어" 하는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과거형을 습득했다니 너무 신기해서 감탄했다. 그럼과 동시에 영어는 어른이 되어 내가 이렇게 시간을 투자해도 안 되는데,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는 건 정말 자연스럽고 놀라운 일이구나 했다. 그만큼 우리 언어에 많이 노출된 것도 있겠지만, 역시 정말 신기한 일이다. 

이은이는 정말 영유아기를 먹고/자고/싸고 이 모든 것을 잘 해주어서, 우리가 수월하게 돌볼 수 있었다. 특히 자는 건 정말 고맙게도 씻기고 크립에 넣으면 혼자서 놀다가 알아서 자 주었는데 한 19개월 20개월 전후부터 갑자기 재워달라고 하는 아이가 되었다. 아이를 재우는 시간은 거의 1시간 정도가 걸리는 일로, 아주아주 생활의 변화를 초래하는 일이었다(이전의 이은이에게 감사하며, 이전의 이은이가 너무 잘해줬던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예전에 침대에서 "으앙으앙"하고 울었을 때는 조금 울다가 자기 때문에 못들은 척 하기도 했는데 요새는 "엄마!!! 온도니!!! 토토톡!!!!"하고 너무 명확하게 요구를 말하기 때문에 그냥 넘길 수가 없어서, 결국 재워주곤 한다. 그런데 어제 오늘 놀랍게도 혼자 잠들었다! 지금 혼자 잠든 것 같다. 감동쓰...하지만 요새 새벽에 자꾸 깨서 울어서, 나는 요새 안방에서 잠들고 새벽에 이은이 방에 불려가 이은이 방에서 깬다. 새벽엔 이상하게 아빠가 달래줘도 잘 안 그쳐지고, 엄마만 찾을 때가 있다. 너무 신기한게 아빠를 익숙하게 하는데에는 참 시간이 걸리는데, 잠깐만 엄마가 돌보는 시간이 많아지면 엄마만 찾는다. 요즘 주누가 바빠서 내가 재우곤 했더니 잠에 있어선 엄마only의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빠only의 상태는 또 잘 없는데, 아이가 엄마만 찾는 이 순간은 참 피곤하면서도 또 희한하게 마음이 좋은 것도 있다. 이 세상에서 나 아니면 안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내가 안아주기만 하면 세상 만족하는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한 마음이다.

내 인생이 너로만 구성돼 있진 않았으면 좋겠지만(쿨한척임), 정말 지금 이 순간 내 매 순간과 생각이 자식으로 가득차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정말 자식이 뭔지(어른 다 된 말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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