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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매일

방청소

by 두번째낱말 2011. 10. 3.

1.

올해의 마지막 방청소, 라고 말했지만, 
12월 즈음에 한 번 더 할 것 같긴 하다.

방청소까지 가는 단계.
1) 웬만큼 깨끗할 때. 책상과 바닥까지 마음 껏 쌓아두며 지낸다.
    조금 쌓인 것은 금방 치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드니까!
2) 좀 쌓였을 때. 짐이 없는 방바닥 부분을 골라가며 밟고 다닌다. 
    가방같은 거 여러 개가 바닥에 깔려 있을 때 요리조리 잘 피해가며. 
3) 많이 쌓였을 때. ....밟아도 되는 것(밟아도 고장 안 나는 것)은 그냥 밟고 다닌다.......
 
뭐 이렇게 쓰면 엄청 더러워 보이나....아 막 엄청 더러운 건 아니고(변명 중),
책이랑 프린트랑 이런 게 막 쌓인다. 바닥에도 책상에도. 

아무튼 이렇게 꾸물거리다 드디어 방청소를 시작.

"저번 방청소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데, 또 방청소를 하게 되다니....." 라는 왠지 억울한 말과 함께. 
버리지 못하는 것들을 담아서 구석에 넣어 둔다.
다시는 안 볼 것 같지만, 그래도 못 버린다. 아...난 정말 못 버리는 사람.....
지금 못 버리겠는 것들은 결국 좀 뒀다(이거 맞는 말인가?) 버리게 되지.
버리지는 못하면서 눈에 보이는 건 싫다.
내 방 제일 구석엔 버려지지도 못한 종이들이 자꾸 자라난다. 

저번 방청소 때는 지우개 가루처럼 생긴 애벌레가 나오더니,
이번 방청소는 내 머리맡의 거미줄을 발견하는 시간. 
내가 꿈 꿀 때, 누군가는 집을 짓고 있었네. 
다음 청소 땐 뭐가 나올지 무섭.......

책상을 치우다보니 내 책상에 축복이 많았다.
막 쌓여 있다.
축복은 '송학대교회', '상남교회' 이름이 박힌 휴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축복의 물질성, 들을 한 데 손으로 잡고 치우기. 
책상을 치우니 책상에 앉고 싶다.

몇 년 째 내 문 뒤에 붙어있던 폴의 까만 포스터를 옮겼다. 내 방 문이랑 잘 어울렸는데.
그동안 애썼어. 이 포스터는 장 옆에 붙어 웃고있던 유희열을 덮으며 놓임.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할 때 내 시야에 잡히는 공간이라,
눈이 어둑어둑하다. 익숙해지겠지. 난 어두운 데에 약한 사람.
빈 문 뒤는 어제 민음사에서 집어온 할아버지 다섯 분과 할머니 한 분이 차지. 

2.

이래저래 휘둘리지 말자.
너무 막무가내로 곧을 것도 없지만
꼭 그리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 
아......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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