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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매일

금요일 생각.

by 두번째낱말 2012. 4. 6.



오랜만에, 혹은 처음으로 금요일에 집에 안 갔다. 저번 주에는 금요일에 있었지만, 3학기들 논문 프로포절 참가하느라 였으니 약간 논외. 자의적으로 금요일에 남아있는 것은 처음. 하지만 캎카 주니어의 설정과 아이폰의 새설정을 하느라 생산적(이것은 생산적인 일일까 아닐까)인 일은 아직 하나도 안 한 상태. 아, 물론 어제 택배 받으러 집에 다녀오긴 했다. 꿋꿋하게 점심 셔틀타고 집에 갔다가, 저녁 셔틀타고 다시 돌아왔다. 밤에 오석박의 제안에 넘어가 집에 가고 싶었...지만 저녁에 다시 돌아가는 나를 되게 기특하게(!) 보았던 엄니의 눈빛을 생각하니....돌아갈 수가 없었다. (ㅋㅋㅋㅋ........)

어제 서울 가는 김에 기타도 찾으러 갔었는데, 앞판은 수리 되었는데 다시 뒤로 돌려보니 뒤에도 부서져 있었다. 눈물을 머금고...가 아니라 그냥 다시 맡기고 왔다. 난 어제 마음이 좋은 평화주의자였으니까, 기타가 엄청 흉터 많은 채로 고쳐졌어도, 그리고 뒷판도 그렇게 될 것이어도..."아, 네 괜찮아요. 일 주일 더 기다려야 되는 것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김아라였음. 흉터는 흉터더라도 소리가 잘 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정말 마음이 좀 괜찮았다. 요며칠  내곁에 오래 머물고 있는 것들, 혹은 머물다 사라진 것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내 대학시절 기억을 다 담고 있는 할아버지 컴퓨터인 카프카도(엄마가 어제 "그래도 잘 썼잖아. 왜 할아버지라고 구박해"라고), 햇수로 5년 째 기숙사 첫 학기의 기억을 남겨준 내 기타도, 아직까지 예쁘다고 생각하며 신나게 메고 다니는 배낭도, 동아리방에서 갑자기 뛰어나가 산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저 텀블러도. 그리고 카프카 주니어로 이렇게 첫 글을 남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또 기억하려고 생각하면 얼마나 아련할까.

순간을 행복하게 보는 사람 하고 싶다. 힘들어도 즐겁게 힘들 수 있는 순간이면 좋겠다. 좋은 선생님과, 좋은 선배들, 그리고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꽤 많이 행복한 봄을 보내고 있다. 물론 종종 사춘기는 찾아오지만. (주말의 싱클레어입니다.) :P


- 나의 카프카 주니어에서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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