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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아기의 일을 할 뿐

by 두번째낱말 2019. 3. 22.

이은이는 객관적으로 돌보기 힘든 아기는 아니다. 하루에 네 번 수유. 두 번의 낮잠. 밤에 9시 반부터 7시 반정도까지 통잠을 자고, 이주 전 부터는 작은방 크립에서 혼자 잔다. 따로 재우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안아서 재우려고 하면 더 잠들지 않고 크립에 눕혀야 자기 왼손 엄지를 빨며 잠들 태세를 갖춘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울지도 않고, 크립에 인형들이랑 놀고 있다. 우리가 일어나서 이은이 방에 가 보면 어느새 깨어서 혼자 놀고 있는데, 사실 우리는 정확히 이은이가 몇 시에 일어났는지를 모른다. 

그렇지만 아무리 순해도 힘은 든다. 아무리 순해도 해야 하는 아기의 일이 있고 그 일은 힘이 드는 일이니까. 어느날은 내가 너무 지쳤는데 준우가 "여보, 우리가 힘든 게 이은이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라고 했다. 설령 아기가 많이 울고 떼를 쓴다고 해도 그것은 아기의 잘못이 아니니까. 아기는 그저 아기의 일을 할 뿐. 나의 힘듦이 너 때문이 아님을 나도 알고 너도 안다. 네 덕분에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이고, 이 시간들은 우리 부부가 현명하게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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