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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독서

낙화유수 - 함성호

by 두번째낱말 2011. 10. 23.



함성호 시인의 시는 가끔 뭔가 너무 전위적(?)이기도 해서, 날 놀라게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왠지 좋은 시인. 좋아하는 시인의 남편(!)이기도 하다. ('마음산책'출판사에서 나온 『마음사전』을 쓰신 김소연 시인의 남편)

덜 전위적(ㅋㅋ)이고, 좋아하는 시. 


낙화유수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꽃이 피는 날엔 목련꽃 담 빝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 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거기에서 나는 너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 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 나는 아무 죄 없으니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배고파서 먹었으니 어쩔 수 없었으니, 남아일언이라도 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니 단지,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나는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거지 운명이라고 해도 잡놈이라고 해도 나는, 지금, 순간 속에 있네 그대의 장구한 약속도 벌써 나는 잊었다네 그러나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 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고 싶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 함성호, 『너무 아름다운 병』, 2001, 문학과지성사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그때는 진실했으니"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너무아름다운병(문학과지성시인선259)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시
지은이 함성호 (문학과지성사,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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