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가을맞이. 가을 시라면 가을 시. 개 같은 가을이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廢水)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1981 나의 졸업논문주제 시인이기도 하였던 최승자시인.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 2011. 10.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