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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독서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 이수명

by 두번째낱말 2011. 10. 16.


좋다.
좋다아. 아아. 좋-다아, 하면서 읽고 있는 시집.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손들이 있고
나는 문득 나의 손이 둘로 나뉘는 순간을 기억한다.

내려오는 투명 가위의 순간을

깨어나는 발자국들
발자국 속에 무엇이 있는가
무엇이 발자국에 맞서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이 있고 
왼쪽 비는 내리고 오늘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육체가 우리에게서 떠나간다.
육체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가 돌아다니는 단추들
단추의 숱한 구멍들

속으로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 이수명,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2011, 문학과지성사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손들이 있고
나는 문득 나의 손이 둘로 나뉘는 순간을 기억한다."

아, 좋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얼마나 빤히 들여다 봐야 이런 말들을 쓸 수 있을까, 생각. 

(+ 형철 님 책에도 소개됐었던 시이기도 하다.)

 
언제나너무많은비들이수명시집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지은이 이수명 (문학과지성사,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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