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좋다아. 아아. 좋-다아, 하면서 읽고 있는 시집.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손들이 있고
나는 문득 나의 손이 둘로 나뉘는 순간을 기억한다.
내려오는 투명 가위의 순간을
깨어나는 발자국들
발자국 속에 무엇이 있는가
무엇이 발자국에 맞서고 있는가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이 있고
왼쪽 비는 내리고 오늘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육체가 우리에게서 떠나간다.
육체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가 돌아다니는 단추들
단추의 숱한 구멍들
속으로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 이수명,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2011, 문학과지성사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
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너무 많은 손들이 있고
나는 문득 나의 손이 둘로 나뉘는 순간을 기억한다."
아, 좋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얼마나 빤히 들여다 봐야 이런 말들을 쓸 수 있을까, 생각.
(+ 형철 님 책에도 소개됐었던 시이기도 하다.)
|
'흔해빠진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몰락의 에티카』 - 신형철 (3) | 2011.10.20 |
---|---|
<변신> - 프란츠 카프카 (5) | 2011.10.17 |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장정일 (0) | 2011.10.08 |
『뭐라도 되겠지』 - 김중혁 (4) | 2011.10.06 |
나날들 - 심보선 (0) | 2011.10.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