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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독서

낯선 땅에 홀리다 - 김연수 외 (브라더 증정 도서)

by 두번째낱말 2011. 10. 29.


얼마 전에 브라더가 줬던 『낯선 땅에 홀리다』김연수 외 (마음의 숲, 2011)를 읽었다. 
여러 작가들이 각자 자신들의 여행기를 실은 건데 '문인들이 사랑한 최고의 문학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책이다. 
(글을 쓴 작가는 이름 순으로 김연수, 김중혁, 나희덕, 박성원, 성석제, 신현림, 정끝별, 정미경, 함성호, 함정임이다.)

거의 대부분이 익숙한 작가들이어서 각 작가의 챕터마다 그들의 목소리로 바뀌어가며 들렸다. 왠지 김연수 아저씨는 정말 김연수 아저씨스러운 목소리가 들렸고, 이어지는 김중혁 작가는 정말 또 김중혁 작가스럽게 목소리가 다가온다. 

김연수 아저씨 부분에서 웃겼던 부분 
갑자기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만난 대학생이 생각났다. 한국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싶다고 내게 말했던, 그 스페인문학 전공의 남자는 내가 무슨 토성인이라도 된다는 듯이 "세르반테스를 아느냐?"고 물었다. 소설가라고 나를 소개했는데, 고작 그따위 질문을 들을 줄이야. 하지만 그 질문은 뜻밖에도 나를 즐겁게 했다. (....) (21쪽) 
강조 부분에서 폭소. 

그리고 읽다가 제일 가고 싶어졌던 곳인 '라오스' 
성석제 아저씨가 다녀와서 썼다. (왜 김연수, 성석제 작가는 '아저씨'라고 부르고 싶은 것일까.)

어린 시절 어른들은 '기후가 따뜻하고 먹을 것이 많은 나라 사람들은 게을러서 발전이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때 "그럼 시베리아에는 부자들만 사나요?"하고 묻지 못했던 건 내 지식과 주견이 빈곤해서였다.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생활 방식대로 살아가게 마련이다. 남이 뭐라든 간에 행복은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다. 라오스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산다. 행복, 그것도 라오스의 보물이다. (127쪽)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라오스가 궁금해졌다. 

아 '제일'이라고 써 놓고 나니, 또 '제일'이라고 말 할 수 없구나. 그럼 두 번째로 가고 싶었던 '캄보디아'
신이현 작가가 다녀온 곳. 
창은 같은 탁자에 앉았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스님에게 시주를 하고 바닥에 코를 대고 납작 엎드린다. 나는 멍하니 엎드린 사람들을 본다. 어린 스님의 때 낀 맨발 아래 코를 대고 납작 엎드릴 수 있는 창이 부럽다. 나도 누군가의 발아래 맨발로 엎드리고 싶다. 생각만 해도 울컥해진다. 누군가의 발아래 엎드릴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삶의 뚜렷한 지향점이 있을 것 같다. 나처럼 정처 없이 헤매는 인생은 아닐 것이다. (154쪽) 

이걸 읽으며 어디서 본 문장이 언뜻 떠오를 듯한데, 안 떠오른다. 아 뭔가 생각했던 말이었는데. (.....)

그리고 정미경 작가의 '아프리카' 
마침 며칠 전에 정미경 소설가의 『아프리카의 별』을 빌렸는데! 더 반가웠다. 아직 첫 장밖에 안 봤지만. 사막을 상상하며 읽어야지. 
아프리카를 이야기하는 정미경 작가는 '노매드'라는 단어를 던지며, 실제 '노매드'같은 생활에는 '노매드'가 주는 자유와 달콤하고 우아한 방랑같은 느낌은 한 조각도 찾을 수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그 단어의 이미지와 완전 다른 '생활'이었던 것이다. 

짐승이라고 나을까.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흩어져 있는 양 떼 중에서 우아하게 하늘이나 먼 지평선을 바라보며 이곳이 아닌 저곳, 더 나은 이상향을 꿈꾸는 짐승은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모두 마른풀 한 가닥이라도 더 찾아내기 위해 하루 종일 묵묵히 모래에 코를 박고 있었다. 아! 생이란 얼마나 경건한 것인가. (232쪽)

(...) 어디 사막 아닌 곳이 있을라고. 여기가 모래와 태양의 사막이라면, 그곳 역시 강철과 콘크리트와 소음의 사막이 아니겠는가. 모름지기 삶이란 그 자리에서 견뎌야 하는 것. 말을 할 줄 안다고 해서 저 짐승들 앞에서 엄살은 떨지 말자. (232~233쪽)
여기도 가보고 싶다. 사막. 

함성호 시인의 글도 좋았다. 건축가라고 생각하며 읽으니 그가 쓰는 "도시"라는 단어에 더 꼼꼼하게 반응하며, 시인이 보는 군데와 풍경들의 이미지를 받고 싶어 했다. 

(...)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모든 것을 새롭게 보는 눈을 가진 자는 진정 행복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여행도 영원하다. 나는……. 나의 만남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나의 여행도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마치 거듭되는 우리 전생의 만남들처럼. (267쪽)
모든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눈과 마음. 

여기에서 말하는 김중혁 소설가처럼 나도 늘 '난 여행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라고 말하면서 여행은 제대로 잘 안 해본 사람이지만, 살며시 상상해봤다. 여행자로서의 나를. 괜찮으려나?, 하며. 

브라더 덕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 인용문의 강조는 내가. 


낯선땅에홀리다문인들이사랑한최고의문학여행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김연수 (마음의숲,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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