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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매일

쓴다

by 두번째낱말 2023. 3. 8.

너무나도 오랜만에 쓴다. 오랜만에 머릿속에 이야기들이 떠 다녀서, 이곳으로 왔다. 사실, 이야기가 하고싶어서 왔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에서는 마음을 나누며 편하게 이야기를 할만한 사람을 만나진 못했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게될 때면 내얘기를 잘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그저 질문만 하는 게 익숙한 것 같다. 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물어봤겠지. 내 전 짝꿍이 말해줘서 안 것인데, 열심히 질문을 하고 누군가의 안부를 묻지만, 누군가가 나의 안부를 물은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것이다. 장미란 언니처럼, 사람들은 대체로 "제가 얘기할 때가 가장 좋아요" 같은 것 같다. 나도 그렇고. 나도 누가 내 얘기를 잘 들어주면 좋겠으니까. 

말을 잘 못하겠는 이유는 '이 사람이 과연 내 얘기가 궁금할까' 생각을해서 그렇다.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대화가 재밌는 사람을 만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고. 그리고 요새는 나이가 쬐끔 들어가니, 이야기들도 좀 더 진지해지고, 어려워지니 듣는 에너지도 너무 많이 들어서, 잘 듣고 있는 것도 쉽지가 않다. 질문에도 들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달까. 내 마음처럼, 내 얘기를 듣는 상대방도 비슷하겠거니, 생각하니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쓰는 건 정말 좋은 것이다. 내가 쓰는 글은 언제든 침착하게, 영원처럼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니까. 내가 '너무 내 얘기만하는 건가', 혹은 '내 얘기하고 싶다' 생각 없이 나만 말할 수 있는 것이니. 그래서 다시 쓴다. 이렇게.  

유튜브에서 송은이가 말하는 걸 봤는데, 말을 할 때 1/n을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했다. 이야기를 할 때, 모두가 비슷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끔, 이야기의 비율을 생각하면서 질문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내가 오늘 듣기 비율이 좀 높아서 이런 생각이 더 드는 것 같다. 어찌되었든 오늘의 생각은 일상 속에서 재밌는 대화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루에 만나는 사람들 중에, 내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고, 그 이야기를 듣고 싶고, 나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집으로 들어가는 그 기분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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