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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b과제로 심보선을 위키에 올렸다. 1. hib과제로 심보선을 위키에 올렸다. - http://ko.wikipedia.org/wiki/%EC%8B%AC%EB%B3%B4%EC%84%A0 자고 일어나면 팍팍 사라져 있다는데,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내가 작성한 문서가 나온다는 게, 왠지 뿌듯해서 계속 검색해 보고 있다. (ㅋ) 2012. 3. 15.
삼십대 - 심보선 자려다가 이것만 적고 자려고. 원래 다른 걸 적고 싶었으나, 그건 너무 길어서 다음으로. 삼십대 나 다 자랐다, 삼십대, 청춘은 껌처럼 씹고 버렸다, 가끔 눈물이 흘렀으나 그것을 기적이라 믿지 않았다, 다만 깜짝 놀라 친구들에게 전화질이나 해댈 뿐, 뭐 하고 사니, 산책은 나의 종교, 하품은 나의 기도문, 귀의할 곳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 공원에 나가 사진도 찍고 김밥도 먹었다, 평화로웠으나, 삼십대, 평화가 그리 믿을 만한 것이겠나, 비행운에 할퀴운 하늘이 순식간에 아무는 것을 잔디밭에 누워 바라보았다, 내 속 어딘가에 고여 있는 하얀 피, 꿈속에, 니가 나타났다, 다음 날 꿈에도, 같은 자리에 니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너랑 닮은 새였다(제발 날아가지마), 삼십대, 다 자랐는데 왜 사나.. 2012. 1. 27.
나날들 - 심보선 심보선의 새 시집. 발문이 진은영 선생님이다. (무려!) 나날들 우리는 초대장 없이 같은 숲에 모여들었다. 봄에는 나무들을 이리저리 옮겨 심어 시절의 문란을 풍미했고 여름에는 말과 과실을 바꿔 침묵이 동그랗게 잘 여물도록 했다. 가을에는 최선을 다해 혼기(婚期)로부터 달아났으며 겨울에는 인간의 발자국 아닌 것들이 난수표처럼 찍힌 눈밭을 헤맸다. 밤마다 각자의 사타구니에서 갓 구운 달빛을 꺼내 자랑하던 우리. 다시는 볼 수 없을 처녀 총각으로 헤어진 우리. 세월은 흐르고, 엽서 속 글자 수는 줄어들고, 불운과 행운의 차이는 사라져갔다. 이제 우리는 지친 노새처럼 노변에 앉아 쉬고 있다. 청춘을 제외한 나머지 생에대해 우리는 너무 불충실하였다. 우리는 지금 여기가 아닌 곳에서만 안심한다. 이 세상에 없는 숲.. 2011. 10. 6.
심보선 하나 더 심보선 하나 더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문학과 지성사, 2008) 1 세상은 폐허의 가면을 쓰고 누워있네. 그 아래는 폐허를 상상하는 심연. 심연에 가닿기 위해, 그대 기꺼이 심연이 되려 하는가. 허나, 명심하라. 그대가 세상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그대를 상상한다네. 그대는 세상이 빚어낸 또 하나의 폐허, 또 하나의 가면, 지구적으로 보자면, 그대의 슬픔은 개인적 기후에 불과하다네. 그러니 심연을 닮으려는 불가능성보다는 차라리 심연의 주름과 울림과 빛깔을 닮은 가면의 가능성을 꿈꾸시게. 2 앉아서 돌아가신 아버지. 장롱 속에 숨어 우시는 엄마. 영영 짖지 않는 개. 등뼈 모양으로 시든 나무. 한데 뒤섞여 손안에서 비비면 모래바람이 되는 것들. 까칠까칠한 헛것들. 고개 돌려 외면하니 그제야 .. 2011.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