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매일

엄마의 경계

두번째낱말 2014. 1. 22. 20:12


나이가 '아무리'들었다 생각이 되어도, '엄마'라는 두 글자가 주는 공기는 언제나 얼마만큼은 같겠거니 생각. 내가 의지하는 사람이었다가 어느날 내가 당신에게 의지가 되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이 돼도, 사실은 엄마라는 존재가 존재만으로 나를 넘어지지 않게 붙들어주고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아직 나는 내가 생각하는 '아무리'가 아니니까, '것이다'가 아니고 '이다' 상태지만.

'엄마'의 상실이 주는 두려움. 부재를 받아들이는 것. 특히 딸에게 있어 엄마는 '나'의 지금이자 미래다. 사실 내 기준에서 나이가 '아무리'들었다고 생각되는, 이모가 제일 많이 울었다. "이제 엄마 보고싶어서 어떡해"하며. 보고싶다는 날것의 감정. 상실과 그리움을 받아들인다. 

산자와 떠나가는 자가 얼굴로 만나는 마지막 자리인 입관. 관이 닫히는 순간을 생각. 경계가 생기는 자리. 물리적으로 할머니는 부재하지만, 할머니는 부재하지 않는다. 상실한 순간에 상실이 잘 안 느껴지는 것, 빈 자리를 보게되면 또 다르겠지. 쌕쌕 숨을 쉬며 주무시는 할머니가 안 계시는 마포. 이제는 "외할머니댁에 간다"라는 말을 쓸 수 없게 되었구나 생각. 사람과 함께 말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할머니는 경계 너머로 가셨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해지는 것은 왜인지. 그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산 사람은 살아지는 것을 경계 해야겠다는 것, 살아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 스스로가 걸어야 끌려가다 놀라 뒤돌아보는 일이 없을 거라는 것. 너무 멀리 온 것 같다 생각 들어도, 아직도 퍽퍽거리고 있다. 살아지지 않는 삶과 사라지지 않는 삶을 생각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미루지 않을 것. 지금 걸을 것. 

할머니가 경계에서 주신 생각들.